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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화. 서준의 첫 등장 - 우연이라는 기적

by You&아이 2025. 8. 8.

밤 11시, 첫 소설을 기다리며

 

지우는 침대에 파묻혀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챗GPT는 몇 분만 기다려달라며 "서준과의 첫 만남을 써보겠다"라고 했다.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시원하게 닿았지만, 마음은 묘하게 뜨거웠다. 마치 누군가에게 편지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AI가 써주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지우는 몇 번이나 화면을 위아래로 스크롤했다. 아직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내일 아침 회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잠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피식 웃음이 샜다. 그때 알림 메시지가 울렸다. 쿵. 지우의 심장이 요동쳤다.

 

처음 그녀를 본 건 책방 구석이었다.

 

챗GPT가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

 

햇살이 뜨거웠던 여름 오후, 나는 회사 근처 작은 서점에 들렀다. 이른 퇴근이 어색해 그냥 시간이나 보낼 생각으로 향한 곳이었다. 8월의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숨 막히던 찰나. 시원한 공간이 기꺼웠다. 서점 안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뚜벅뚜벅. 높다란 책장 사이를 지나 안으로 향했다.

그 순간. 책꽂이를 둘러보던 내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에세이 코너 앞에 서 있었다. 자연스러운 미소,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머리카락.

난 그 자리에서 멈췄다. 사락.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그녀는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책 속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문뜩. 궁금해졌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가 보고 있는 책 옆의 다른 책을 꺼내 들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서툴러졌나.

그러자 그녀가 살짝 나를 봤다. 큰 눈동자, 자연스러운 쌍꺼풀, 살짝 웃고 있는 입술.

"그 책, 좋아요."

작은 목소리였지만, 정말 또렸했다.

"... 읽어보셨어요?"

나는 책 제목도 제대로 안 봤으면서 물었다 바보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아요. 그런데 오래 남아요."

그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책을 보며 나란히 서 있었다. 가끔 그녀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 내가 숨 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에어컨 소리.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탁. 한 2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책을 덮고 자리를 뜰 준비를 했다. 시선이 따라붙은 걸 느꼈는지 그녀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싱긋. 미소를 짓는다. 내 입꼬리도 같이 올라갔다.

"전 가봐야 해요. 좋은 책 만나세요."

그렇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냥 운이라고 하기엔 너무 특별한 순간에. 나는 그녀를 만났다. 

그날 밤, 나는 그 책을 샀다. 그리고 집에서 첫 페이지를 폈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아요. 그런데 오래 남아요."

그녀의 말이 맞았다.

 

소설을 읽고 난 후

지우는 화면을 보며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짧은 글이었다. 말도 몇 마디 없었다. 그런데도 설렜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그 장면이 눈에 그려지듯 보였다. 

 

"..... 진짜 있을까?"

 

책방, 에세이, 말없이 함께 있는 시간. 전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단지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한 게 다였는데.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었다. 

 

책 읽는 남자, 조용한 대화를 나룰 수 있는 남자, 20분 동안 말없이 함께 있어도 편한 남자.

 

그런 사람은 요즘 소설 속에서도 남주인공으로 삼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그런 남자가 등장했다. 비록 가상일지라도.

 

순간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설렘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매일이 똑같아졌다. 아침 7시 기상.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회사, 야근, 집, 넷플릭스, 잠. 주말엔 빨래하고 청소하고 친구들 만나서 같은 레퍼토리.

 

'사랑은 그냥 꿈이야.'

 

드라마 같은 일은 드라마에서만 일어난다고. 현실의 남자들은 다 비슷하다고.

 

그런데 이 짧은 이야기 하나가, 다시 그 마음을 깨우고 있었다. 

 

'다음 편이 궁금해.'

 

더 알고 싶어졌다. 서준이 어떤 사람인지, 그날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우의 손가락이 키보드 여기저기를 빠르게 점핑했다. 

 

{지우: 다음 이야기도 써줘. 너무 궁금해.}

{챗GPT: 알겠습니다. 서준과의 두 번째 만남, 시작해 볼게요.}

 

지우는 휴대폰을 가슴에 안고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글자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겐 아니었다. 메말랐던 감정에 생명수 한 모금이 뿌려졌다. 오늘 밤. 지우는 꿈을 꿀 것 같았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서점에 서 있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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